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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취미/독서

삶이 놀이다.

삶이 놀이다.
공창수 외(2015). “놀이터 학교 만들기"를 읽고



호이징가(johan huizinga, 1872-1945) 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 이름부터 재미있는 이 분은 놀이를 학문적으로 접근해 이론을 수립한 최초의 어르신입니다. 그러니까 모든 놀이에 관한 담론은 이 분이 거의 시초라고 봐도 되겠습니다. 이분의 업적과 비견되는 분들은 심리학의 빌헬름 분트, 사회학의 뒤르껭, 언어학의 소쉬르, 정신분석의 프로이드, 발달심리학의 피아제 정도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이냐. 이 분이 엄청난 천재라는 거죠. 인류는 이 분 덕분에 놀이의 세계를 해석할 수 있는 틀을 얻게 된 것과 마찬가집니다. 이분이 놀이에 정말 대단한 무언가가 있구나! 하고 연구해서 정리해 놓은 덕에 우리가 놀이를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면 호이징가께서 뭐라하셨느냐. 삶이 원래 놀이라는 겁니다. 놀이의 가장 큰 특성은 그 내재성에 있습니다. 다른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놀이하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하다는 거죠. 김상용 시인의 “왜사냐건 웃지요”라는 대목을 떠올려 봅니다. 여러분, 왜 사세요? 삶의 이유가 뭔가요? 그냥 한 번 웃어보세요~ 기분이 어떠신가요? 기분이 좀 좋아지셨나요? 억지로 웃어도 기분이 좋아진대요. 우리는 원래 웃자고 사는 거에요. 웃어야 행복하잖아요. 다른 특별한 이유 뭐 있나요? 그냥 좋아서 하는 거고, 행복하고 싶은거죠. 우리 어린이들이 놀이하는 이유도 아주 단순합니다. 그게 너무 즐겁고 행복하니까 하는 겁니다. 행복하잖아요. 놀 때.

공창수, 박광철, 박현웅, 임대진, 정유진, 황정회 선생님이 쓰신 “놀이터 학교 만들기”는 그래서 반가운 책입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기회를 주니까요. 사실 이 책은 “쉬는 시간”의 적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이 학교 왜 가는지 아세요? 혹시 공부하러 가는 줄 아세요? 절대 아니에요. 애들 학교에 가는 거 쉬는 시간때문이에요. 쉬는 시간에 친구들이랑 딱지치기 하고, 서로 골려먹고, 장난치고, 뛰어다니고, 서로 쑥덕거리는 게 너무 재미있잖아요. 수업 시간에 조용하던 아이들이 쉬는 시간만 되면 에너지가 폭발하면서 떠드는 모습 많이 보셨을 거에요. 쉬는 시간이 즐거운 거죠. 그런데 이 책의 놀이를 수업 시간에 조금씩 함께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수업 시간이 이제 더 재미있어지겠죠. 아이들이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아~ 수업 언제 시작하지? 선생님이랑 놀고 싶어.” 이제 쉬는 시간의 날은 가고 수업 시간의 날이 왔습니다.

이 책은 선생님들이 쓴 냄새가 풀풀 납니다. 다른 놀이 서적들은 기존의 놀이들을 정리한 수준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노는 거 자체에만 집중하고 있죠. 그런데 선생님들은 안 그러잖아요. 가능하면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가르쳐 주고 싶고 조금이라도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고 싶잖아요. 그래서 이 책에는 아이들을 성장시키고 성숙하게 만드는 놀이들로 가득합니다. 놀이를 마치고 “아~재미있었다.”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아~재미있다. 근데, 좀 생각할거리가 생긴 것 같아.”하게 만드는 겁니다. 놀이하는 동안 친구와의 관계를 생각하고 배려의 중요성을 깨닫게 합니다. 이 책에 소개된 모든 놀이는 소외되는 아이없이 한 번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놀이들입니다. 그리고 승패와 상관없이 모두가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놀이들입니다. 이 책을 쓰신 선생님들이 얼마나 모범적이냐는 "3장. 경쟁을 넘어서 친구와 함께하는 역사 RPG", "4장. 역사 RPG와 함께 떠나는 역사 속 시간 여행"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냥 노는 게 아니라 놀면서 친구들이랑 잘 어울리고, 역사 공부도 하고, 사회 공부도 합니다. 누가 봐도 선생님이 아이들을 위해서 고민고민해서 쓴 책임을 알 수 있습니다.

재미있고, 즐거운데, 공부도 되고, 친구들끼리 배려도 하게 되는 수업. 모든 교사들이라면 꿈꾸는 이데아 같은 수업입니다. 이 책의 놀이들을 함께 하면서 가장 즐거운 사람은 아마도 선생님일 겁니다. 교실 속에서 행복하게 웃고,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는 것이 선생님의 가장 큰 보람일 테니까요. 오랜만에 서가에서 이 책의 1부격인 “학교야 놀자(즐거운 학교 출판사)”를 꺼내봅니다. 이 책 두 권이면 일년 내내 아이들과 놀 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습니다. 나는 대한민국 교사입니다. 내일은 학교에 애들이랑 놀러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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