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학교/1-2-3 매직

답변, 선생님의 질문에 대한 제 나름의 답변


선생님 글을 읽으면서 비트겐슈타인이 생각났어요.

비트겐슈타인의 초기 저작인 "논리철학논고"에는 그의 가치지향적인 사고가 잘 나타난다고 저는 생각해요.

언어에는 명확한 정의와 의미가 있고 그것들을 파악하는 것이 철학의 가장 중요한 목적 중 하나이다.

즉, 세상에는 부정할 수 없는 명확한 가치와 철학이 있고 이것을 견지하고 주지하는 것이 바른 삶이라고 볼 수 있다.

비트겐슈타인은 초창기에 명확한 가치 기준과 절대적 가치 기준이 있다고 믿었던 것 같습니다.

 

30대 초반에 이미 철학을 완성했다고 생각하고 학계를 떠났지요.

다른 유수의 학자들은 그의 이론에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고요.

다들 천재가 나타났다고 아우성이었습니다.

그리고 10년 정도가 지나서 다시 학계로 복귀했습니다.

자신의 이론이 틀렸다는 점을 자인하면서.

 

학계를 떠난 10년 동안 시골의 작은 학교에서 교사 생활도 하고 평범한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그가 느낀 것은 명확한 가치와 절대선의 부정이었던 것 같아요.

최고의 가치라는 것은 사실 존재하지 않고 각자의 삶에 따라 추구하는 가치관이 다를 뿐이다라고 생각했을까요?

후기 대표 저작으로 꼽히는 "철학적 탐구"에서 그 점이 잘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초기에 언어의 명확한 의미와 구조를 파악하고자 하던 시도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언어는 맥락에 종속하는 도구가 되지요.

사람들은 도구 상자를 하나씩 갖고 다닙니다. 

상자 안에서 필요한 도구들을 꺼내서 맥락을 만들고 자신의 주장을 위해 활용하지요.

망치는 못을 박는데도 사용되지만, 종이가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누르는 도구로도 사용되지요.


20세기 초반에 철학자들이 언어에 집착한 이유는 언어가 사고의 집이라는 생각에서 였습니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사고하니 언어를 명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사고에 관한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전제가 있었지요.

거기에는 윤리와 가치도 포함이 됩니다.

윤리와 가치에 대한 사고도 결국 언어를 통해 이루어지니 언어에 대한 이해는 윤리에 대한 이해로 직결 되지요.


비트겐슈타인의 초기 저작과 후기 저작에서 나타나는 차이는 주류 철학의 흐름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반갑습니다.

모더니즘에서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절대주의에서 상대주의로.

일원론에서 다원론으로.


저는 기본적으로는 인류애를 바탕으로 한 인본주의적 사고를 지향합니다.

하지만 인간을 이해하는데 필요하다면 행동주의도 참고합니다.

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민주주의, 자본주의, 공산주 등이 모두 제 사고의 도구입니다.

그 중에서 제가 가장 신뢰하는 ism들이 있기는 하지요.

하지만 맹신하지는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항상 다원주의를 지향합니다.


선생님이 보내주신 질문이 우리가 책을 번역하면서 항상 하던 고민과 같아서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해주신 조언들이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통찰과 현재까지 살아오신 삶이 힘이 되는 것 같아요.

깊이있는 관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앞으로도 더 많이 조언해주세요.^^

저에게도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프로그램도 더 깊이 있어집니다.

파초는 바람을 맞으며 단단해집니다.

선생님과 함께 작업하고 의견나눌 수 있어서 기쁘고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뿅! ^^

'학교 > 1-2-3 매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종, 1-2-3 매직 워크숍 후기  (0) 2016.08.29
페이스북 라이브, 1-2-3 매직  (0) 2016.07.19
방송, 1-2-3 매직 라이브  (0) 2016.07.12
서울, 1-2-3 매직 워크숍 후기  (0) 2016.07.04
서울, 1-2-3 매직 워크숍  (0) 2016.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