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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실천교육교사모임 가입에 부쳐

신중하게 선택하고, 결정한 것에 책임을 진다. 인생이 참 짧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다. 그래서 하나를 선택하려면 삶의 여분을 잘 고려해야 한다. 하기 싫은 것, 하면 안되는 것은 안 하는 것이 좋다. 좋은지, 좋지 않은지 애매한 것은 신중하게 따져야 한다. 때로는 안 하는 것이 하는 것보다 나을 때도 있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 하지 않나. 그래서 단체에 잘 가입하지 않는다.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일이 항상 좋은 일은 아니다. 개인의 단체 가입 여부가 대수는 아닐 것이다. 그래도 남들이 뭐라하건 나에게는 중요한 일일 수 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이 그랬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모임이지만, 가입을 위해 고민이 필요했다. 내가 여기에 꼭 가입해야 하나? 

“좋은 사람들이 함께 하잖아요.”
노래도 하고, 연기도 하는 선생님과의 술자리에서 이 모임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운영진으로 함께 하신다 길래 여쭈었다. 어떻게 모임에 함께 하게 되셨나요? 답변이 참 명쾌하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좋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곳에 아무런 의심없이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그런데 나는 그런식으로 훈련받지 못했다. 굳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내가 지금 몸을 싫은 이 배가 어디로 가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목적지가 명확하지 않은 배는 표류할 것이 분명하고, 출항 준비가 덜 된 상태로 부두를 떠난 배는 난파할 수 있다. 훌륭한 선원들이 함께 하는 배라면 그에 맞는 적절한 목적지가 필요할 것이다.

“즐겁고, 위로가 돼요.”
초대를 받기도 했고, 궁금하기도 해서 11월에 열린 광주 모임에 다녀왔다. 워크숍이나 행사에 많이 다녀 본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대부분 모임의 진미는 공식 행사보다 뒷풀이에서 맛볼 수 있다. 그래서 주최측이 허락한다면 나는 뒷풀이 행사에 꼭 참석하고 싶다. 자리를 잡고 앉아 별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밤새 듣기만 해도 좋다.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우리는 경계심을 내려놓는다. 공식적인 행사가 끝난 뒤, 촛불 든 사람들의 구호가 들리는 식당에서 ‘4회 교사가 만들어 가는 교육 이야기’ 뒷풀이가 열렸다. 강원도에서 광주까지 왔다는 선생님 한 분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시다가 툭 던진 말 한마디가 이 모임의 정체성을 보여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왁자지껄한 식당 안에 웃음소리가 여기저기 터졌다. 사람들은 술잔을 기울이며 무언가 한참 진지 했다가 다시 자지러졌다. 무지개빛 폭죽이 여기저기서 터지는 것 같았다. 아, 여기에 독특한 사람들이 이렇게 모였구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교사들의 발판이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광주에서의 행사 다음날, 불청객은 눈치없이 운영진 회의에 까지 참석했다. 남으라는 사람도 없고, 가라는 사람도 없었다. 나는 카페라떼를 부탁했고 짐짓 당연한척 무임승차를 했다. 예의 노래하고, 연기도 하는 선생님이 주문을 받았고 미소로 화답해주셨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준비한 행사를 마치고 조금 지친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지금까지 자신들이 일궈온 것들을 보며 조금 상기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보고, 나아갈 길을 찾는 시간-사람들은 진지했고, 솔직했다. 선배들은 후배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고, 후배들은 선배들의 건강을 걱정했다. 손익을 따지는 자리가 아니라, 마음을 나누고, 더 나은 가치를 찾는 자리였다. 행사의 중심이 되었던 선생님 한 분이 던진 이야기에서 나는 고마움을 느꼈다. 획일화를 강조하고, 차이는 반역이 되는 학교문화에서 창의적인 교사들은 얼마나 좌절하고 상처 받았던가. 사람들이 먼 길을 마다않고 찾아왔던 이유는 위로받고 격려받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가입 해야죠!”
미안한지만 나는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고 생각한다. 광주 모임 뒷풀이에서 만났던 선생님 한 분은 나에게 모임 가입을 권유했다. 나는 정중히 사양하고 대신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교사들이 함께 하는 모임이 많다.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큰 단체부터, 소소하게 회비를 걷어서 친목을 다지는 모임, 신앙을 나누는 모임까지. 모임에 함께 하는 것은 개인 시간과 경제력의 공유를 의미한다. 모든 개인의 시간은 소중하기에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이 가치있으려면 충분히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당연할 정도의 당위성을 가지려면 그만큼의 이유가 있어야 한다. 자리의 분위기를 잠시 식혔던 나의 태도를 모임 참가자들은 너그럽게 받아주었다. 사이비 종교와 다단계 업체에서는 가입을 강권하고, 거부하면 협박한다. 정체성이 정당한 모임은 불참에 히스테를 부리지 않는다. 모임의 심리가 건강하기 때문이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이 교사들에게 용기와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 이 모임이 뭐하는 곳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런데 그 안의 사람들이 참 좋은 사람들이라는 것은 알겠다.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건강하고, 건전하리라는 믿음도 생겼다. 짧지만 그들이 걸어온 발자국도 돌이켜 보면 의미있고 즐거운 것들이었다. 광주 모임에 다녀와서 나는 머리속 한 켠에 이 모임에 대한 생각을 담아두고 다녔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고,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다는 시구절처럼 이제 이 모임이 생소하지 않다. 이 모임을 이끄는 사람들은 실제로 마음씨 따뜻하고, 건강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앞으로 만들어갈 모임의 미래가 기대 되었고, 응원하고 싶어졌다.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좋은 일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래서 정말 별 것 아니지만, 큰 건물의 아주 작은 벽돌 하나에 불과하겠지만, 뒤에서 밀어주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무언가 새로 시작하기에 좋은 시기이니까.

#실천교육교사모임
#가입완료!
#응원해요
#새해에는더즐겁고신나는일이!

#함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