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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무키무키만만수와 인디스쿨, 그리고 에니어그램




무키무키만만수입니다. 개똥같은 펑크음악을 합니다. 겉보기에는 멀쩡하게 생긴 것 같은 아가씨 둘이 만나서 밴드를 결성했습니다. 기타를 연주하는 만수는 아직도 코드를 몇 개밖에 못잡는다고 하고, 무키는 구장구장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악기를 연주합니다. 두 여대생은 멀쩡하게 연애도 하고 있고, 연주를 하기 전에는 홍대 근처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아가씨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연주를 시작하면 그녀들의 앨범 타이틀곡처럼 음악과 청취자의 영혼은 안드로메다로 향합니다. 무키와 만수가 모두 한국예술종합대학에서 수학하고 있다고 하면 이 정신 사나운 음악에 예술성이 부여될까요?


무키무키만만수의 음악에서 나는 향기는 아방가르드(Avant-garde)입니다. 아방가르드는 프랑스어로 군대에서 맨 앞에서 진군하는 선발대(Vanguard)를 의미합니다. 예술계에서는 진보적이고 전위적인 시도를 하는 작가들을 가리켜 아방가르드하다고 종종 표현합니다. 문화계에서 아방가르드는 유행을 선도하는 역할을 합니다. 패션쇼에 가본 적이 있으신가요? 패션쇼에 모델들이 입고 런웨이를 장식하는 옷들은 종종 우리를 당황시킵니다. 그 모양이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입고 있는 옷들과는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옷들은 너무 크고, 어떤 옷들은 찢어진 천조각들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놀랄 필요없습니다. 패션쇼란 그런것입니다. 패션쇼의 옷들은 실제 사람들에게 팔기 위한 옷들이 아니라 패션계에서 나아갈 방향을 직감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집니다. 그러니까 아방가르드는 조금 이상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현재 트렌드보다 몇 발자국 앞서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새롭고 놀랍고 경이롭고 충격적이어야만 합니다. 무키무키만만수의 음악들은 아주 아방가르드합니다.


인디스쿨을 20대 중반, 군대갔다오기 전부터 만나서 적지 않은 시간동안 꾸준히 찾았네요. 다른 선생님들처럼 수업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많이 얻었음은 물론입니다. 교사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는 순수하고 열정을 가진 선배님들을 만나면서 교직의 이상과 지표를 세웠습니다. 아이들 가르치는 것이 마음같지 않아서 가장 힘들 때에도 제가 기댄 곳은 인디스쿨이었습니다. 오랜시간 인디스쿨은 벗이었고 멘토였고 상담자였습니다. 항상 고맙기만한 인디스쿨에 내가 무엇을 해주었는가를 고민하면 부끄럽기도 합니다. 때로는 오히려 내가 인디스쿨에 도움을 받기만 하고 주지는 않는 부당거래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합니다. 여전히 인디스쿨은 업무포탈과 더불어 학교에서 내가 가장 자주 찾는 사이트입니다.


나는 인디스쿨이 아방가르드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초등교육계에서 인디스쿨은 아주 진보적이고 전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진보적이라고 하는 것은 정치적인 의미와는 다릅니다. 인디스쿨은 초등교사들에게 가르치고 배우는 일에 대한 논의의 장을 제공하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에너지를 나눠주는 곳입니다. 현재 초등교육의 길을 고민해보고 나아갈 방향에 대해 혁신적이고 발전적인 시도가 이뤄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토양입니다. 초등교사들의 새로운 시도와 아이디어, 고민들이 인디스쿨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퍼지고(Spread)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조금 독특한 옷을 만들어내는 패션 디자이너처럼 인디스쿨은 현재 교육현실보다 한 발자국 앞선 도전이 이뤄지는 곳입니다. 무키무키만만수와 인디스쿨의 아방가르드함이 반가운 이유는 그것이 새롭고 즐겁기 때문입니다.


인디스쿨 연수를 통해서 에니어그램을 만났습니다. 처음 유형 검사에서 나는 1번 유형이라고 생각했었지만, 남들은 나를 보고 7번 유형이라고 해서 속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1번 유형은 아주 진지하고 원리원칙주의자인데 반해, 7번 유형은 에너지가 넘치고 즐겁지만 반해 정리정돈이 잘 안되는 유형입니다. 나는 내가 아주 진지하고 깊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남들은 너는 아주 재미있는 사람이다.’하는 격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인디스쿨을 찾는 많은 분들이 에니어그램에 대해서 저와 비슷한 이해와 애정을 갖고 계실 것입니다. 에니어그램의 직관과 통찰은 사람들을 이해하고 성장시키는데 많은 도움이 되지요.


무키무키만만수의 ‘7번 유형을 소개합니다. 이 노래는 무키가 에니어그램 성격유형 검사를 받고 만든 노래입니다. ‘7번 유형에 8번 날개판정을 받은 무키가 상담사에게 상담지 결과를 달라고 했습니다. 상담사는 “7번 유형은 대개 약속을 못 지킵니다. 상담지를 다시 가져와야하는데 당신은 7번 유형이라 아마 약속을 지키기 힘들겁니다.”라고 하며 상담지를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가지고 이 노래는 빡쳐서 만든 노래입니다. 에니어그램 워크숍에 참여해보신 분이라면 이 상황의 유머러스함이 잘 느껴지실겁니다. 에니어그램의 권위에 즐거운 반항을 하는 무키무키만만수처럼 인디스쿨이 초등교육계의 전방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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