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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불편하지만 완곡하게, PNP 대화법

숙제를 해오지 않은 학생.

성적이 떨어진 학생.

친구를 괴롭히는 학생.

학생의 학교 생활에 빨간 불이 들어온 상황에서 교사는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에게 듣기 좋은 말만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교사는 항상 그럴 수 있는 직업은 아닙니다. 부득이하게 잔소리, 듣기 안 좋은 말을 해야 하는 상황도 있습니다. 관건은 어떻게 이야기 하는가 이겠지요. 학생과의 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 불편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방법으로 PNP 대화법을 소개합니다.


<예시 1>

철수가 숙제를 해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교사이므로 학생을 지도해야 합니다.

"철수야, 숙제를 안 해오면 어떡하니. 왜 안 했어?"

"학원 숙제가 너무 많아서 학교 숙제 할 시간이 없었어요."

"지금 학원 숙제가 학교 숙제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거니? 학교는 모든 사람들이 의무적으로 다니도록 국가에서 정한 중요한 장소야. 그런데, 단순히 선택에 의해서 다니는 학원 때문에 숙제를 못했다는 게 말이 되니? 너는 그게 핑계가 된다고 생각해? 학원이 학교보다 중요하다는 거야?"

"아니요?"

"그럼 어떻게 해야겠어?"

"앞으로는 학교 숙제를 먼저 해야겠어요."

"좋아, 오늘 숙제 못한 것은 어떻게 할거야?"

"오늘 남아서 하고 갈게요. 늦게 왔다고 집에 가서 엄마에게 혼 나겠지만."

"그건 네가 책임져야지. 들어가봐. 남아서 숙제 하고 가고."

"네."

아이가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고 숙제도 남아서 하고 가기로 했습니다. 문제가 잘 해결 됐나요? 


절대 아닙니다. 앞의 예를 학생의 입장에서 다시 읽어 보세요. 선생님은 안그래도 많은 학교, 학원 숙제로 힘든 학생의 마음을 전혀 몰라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대부분 교사가 하는 말은 취조, 명령, 지시, 협박, 설교, 훈계 등으로 가득합니다. 어차피 선생님은 대화가 되지 않는 상대이므로 빨리 꼬리를 내리는 것이 상책입니다. 집에 가면 엄마에게 혼날지도 모른다는 나의 걱정을 살짝 비춰봤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습니다. 학생은 이 대화를 빨리 대화를 벗어나고 싶을 뿐입니다. 앞으로는 선생님과 부딪히지 않고 1년 동안 잘 지내고 싶은 생각 뿐입니다.


학생의 감정을 존중하면서도 교사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방법으로 PNP 대화법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PNP는 Positive-Negative-Positive의 약자로 아이들에게 불편한 이야기를 해야할 때 듣기 좋은 이야기를 함께 사용하는 방법을 의미합니다. 긍정적인 이야기로 시작해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고, 다시 긍정적인 이야기로 마치는 겁니다. 앞에서 예로 든 대화에서는 교사의 말에 부정적인 내용만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학생의 어려움을 인정하거나 칭찬, 공감하는 말은 전혀 없습니다. 만약, 학생과의 관계, 학생의 감정을 조금 더 고려한다면 이런 대화도 가능할 겁니다.


<예시 2>

"철수야, 오늘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네. 친구들과도 사이 좋게 지내고. 철수가 학교에서 잘 지내는 것 같아 선생님이 고맙다."

"네, 그런데 무슨 일로 부르셨어요?."

"철수가 오늘 숙제를 해오지 않아서."

"네. 학원 숙제가 너무 많다보니 어제 시간이 없었어요. 학원 숙제 마치니 밤 11시가 다 돼서 학교 숙제는 못했어요."

"그래. 학교, 학원 숙제가 많아서 힘들었겠다. 선생님은 숙제 검사를 해야하는데, 어떡하면 좋겠니?"

"오늘 남아서 하고 갈게요. 그런데, 늦게 집에 가면 엄마에게 혼 날텐데."

"엄마에게 혼날까봐 걱정되는 구나."

"네, 그래도 어쩔 수 없죠. 집에 가서는 제가 잘 이야기 할게요."

"그래, 고맙다. 숙제를 못 해 온 것은 잘못이지만, 책임지고 끝까지 하려고 해주니 고맙다."

"네. 죄송합니다."


결과는 같지만, 교사와 학생 사이의 대화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완전히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교사의 말에는 학생에 대한 신뢰와 격려, 칭찬, 애정이 묻어납니다. 긍정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루니 부정적인 이야기의 힘도 줄어들었습니다. 학생은 아마도 교사에게 미안함과 고마움, 앞으로의 책임감을 더 느꼈을 것입니다. 처음에 예로 들었던 대화와 두번째 대화를 학생의 입장에서 번갈아 읽어보면 상황의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학생에게 부정적인 이야기를 한 번 하고 나면, 다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몇 번의 긍정적인 말을 해야 할까요? 다시 말해, 한 번의 잔소리로 금간 학생의 마음을 되돌리려면 몇 번의 격려를 해야할까요? 저는 10배 정도라고 생각 한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많은가요? 내가 상처받았던 순간들을 떠올려보면 10배가 그리 많지 않은 것임을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PNP 대화법은 교사가 부득이하게 잔소리를 해야하는 상황에 학생의 감정을 배려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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