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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취미/커피노트

01 스타벅스 하우스 블렌드

-원두: 스타벅스 하우스 블렌드 미디엄 로스팅
-드리퍼: 하리오 카페오 원 컵 세트
-컵: 하리오 카페오 원 컵 세트용 컵
-주전자: 타카히로 0.7L
-그라인딩: medium coarse grind
-핸드 드립

스타벅스는 오버로스팅의 왕국이다. 신 맛은 미미하고 쓴 맛은 혀 전체를 자극한다. 미국도 커피를 많이 마시는 나라 중에 하나인데, 내가 미국에서 먹었던 커피는 대개 구수한 맛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미국 사람들이 숭늉마시듯 커피를 마신다고 표현하는데 어느 정도 동의한다. 아주 큰 컵에 뭉툭하고 밍숭맹숭한 느낌의 커피를 습관처럼 마신다. 일본이나 이태리에서 느낄 수 있는 섬세한 색과 향, 맛의 추구는 일상적이지 않은듯 하다. 그 중 스타벅스는 쓴 맛에 올인한 듯 하다. 끝맛이 약간 시지만 강물위에 물수제비 뜨듯 스쳐 지나가고 묵직한 쓴 맛이 혀를 감돈다. 향이 아주 좋다. 

미국 여행 중 김원석 교수님이 선물로 주신 스타벅스 하우스 블렌드가 바닥을 보여간다. 한 달 동안 스타벅스와 함께 했고 이제 새로운 원두를 주문해야겠다. 인터넷 원두 쇼핑몰에서 에티오피아나 케냐같은 무난한 원두를 주문하려고 한다. 어느 정도 주문해야할지 고민이다. 스타벅스 하우스 블렌드 340g으로 한 달을 버텼으니 어느 정도 기준은 세워졌 있다. 적게 주문하면 금방 새로운 맛을 주문할 수 있지만 귀찮고, 많이 주문하면 맛이 변해가겠지만 오래 함께 할 수 있다. 나는 선택의 순간에 신중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대개는 새로운 영역에 발을 잘 들이지 않고, 한 번 발을 들이면 여간해선 나오지 않는다. 맛이 조금 변하면 어떠한가. 변해가는 맛도 우리의 일부이다. 우리도 변하고 원두도 변한다.

체인점 아메리카노 중에는 스타벅스가 꽤 훌륭하다. 비교적 원두 사용 기간이 짧은 것 같고 로스팅된 상태에서 매장에 도착하기까지의 기간이 짧은 것으로 예상한다. 다른 체인점들은 오래된 원두의 맛을 숨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체인점은 한 모금 마시고 나면 본전 생각에 섭섭한 마음이 들지만, 스타벅스는 돈이 아까운 정도는 아니다. 집에서 핸드드립으로 내려먹는 스타벅스의 원두는 맛이 비교적 더 살아있다. 특유의 오버로스팅은 그대로고 대신 산미가 더 산뜻하다. 핸드드립으로 내리니 매장에서 너무 뜨겁게 나오는 커피에 비해 온건하고 덜 부담스럽다. 향이 워낙 강해 마시기 전부터 기대감이 커지고 맛 역시 기대에 가깝게 무겁다. 일요일 오후, 봄 햇살이 비치지만 할 일이 많아 나는 집을 지킨다. 이제는 바닥을 보이는 원두가 함께하니 덜 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