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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취미/영화

사랑은 경고음과 함께 온다, "La La Land"

가벼운 멜로디가 클럽에서 흘러나올 때 여자는 이미 덫에 걸려들었다. 항상 그렇듯, 기대로 시작해서 실망으로 끝나는 파티는 무거운 걸음을 재촉한다. 미아가 세바스찬을 처음으로 만나기 전 장면에 미아는 붉은 두 개의 조명 사이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피아노 소리가 아름다웠겠지만, 굳이 걸음을 멈출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녀가 발걸음을 멈춘 이유는 감정이라는 것이 원래 그렇기 때문일 것이다.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감정이니까.

사랑은 경고음과 함께 온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미아가 세바스찬에게 fuck you를 날릴 때 세바스찬은 이미 클락션을 누르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흘러나오는 멜로디에 끌려 클럽에 들러서 세바스찬에게 처음으로 말을 건네기 전에 경고음이 들려온다. 빵! 화면은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순간으로 돌아가고, 세바스찬은 이미 경고를 보내고 있다. 시간이 조금 지나 파티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경계하고 조심한다. 관계가 시작되기도 전에 두 사람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별을 감당할 용기가 없는 사람은 사랑을 시작할 수 없다. 그래서 세바스찬은 처음부터 미아와 자신에게, 동시에 경고음을 보냈는지도 모른다. 이건 위험해.

그래도 사랑은 본능을 따라 흐른다. 윤종신의 음악 중 “본능적으로"와 “이성적으로"를 언급해야겠다. 사랑은 본능적으로 시작하고, 이별은 이성적으로 마무리된다. 시작을 이성적으로 하거나, 이별을 본능에 따르는 사람은 큰 실수를 하고 있다. 원래 모든 아름다운 것의 시작은 충동에서 시작한다. 이성적인 고려와 타산의 고려는 아름답지 못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들의 사랑이 전혀 이성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아는 잘 나가는 이전의 남자친구를 버리고, 마음이 이끄는대로 세바스찬을 만난다. 세바스찬은 가진 게 없지만 꿈이 있다. 개성이 있다. 미아가 사랑에 빠진 순간이 바로 그 시점이다. 세바스찬이 지배인이 원하는 음악 연주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음악을 연주하던 그 순간, 그 순간이 마법의 순간이다. 세바스찬은 온전히 자신을 드러냈고, 미아는 그 가치를 알아봤다.

이별은 자연스럽다.
“그냥 흘러가는대로 두지, 뭐.”
미아가 중요한 오디션을 보고와서 세바스찬에게 “우리는 어떻게 되는거지?”하고 물었을 때, 이어지는 세바스찬의 대답이다. 만남과 이별, 우연과 인연은 이미 인간의 의지를 벗어났다. 우리가 운명을 선택하고 조율한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충동과 욕구가 휘몰아치는 순간에 우리는 우연과 감정에 삶을 맡긴다. 그래서 두 사람은 이별을 예감하면서도 굳이 확인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어떻게 되는거지?” 답이 굳이 결론형일 필요는 없다. 어차피 이미 답을 알고 있으니까. “그냥 흘러가는대로 두지. 뭐.”

A bit of madness is key. 재즈에 대한 세바스찬의 애정은 광기에 가깝다. 꿈을 좇는 미아의 열정은 무모해 보인다. 그래도 그들은 나름의 과정을 거쳐 모두 꿈을 이루었다. 세바스찬은 그토록 원하던 자신만의 클럽을 열었고, 미아는 이제 원없이 연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 이야기가 현실적이면서, 아름답지만 쌉쌀한 이유는 주인공들이 모든 것을 얻지는 못했기 때문인다.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어쩌면 마지막 기회로 봐야할지도 모를 중요한 오디션 장면에서 미아는 노래 중간에 "A bit of madness is key.”라고 읖조린다. 사랑도, 꿈도, 열정도 애초에 조금은 미쳐야 닿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영화는 경고음을 울린다. 사랑은, 아름다운 것은 위험하다고. 


사진은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되는 그리피스 천문대.
LA에 가시거들랑 그리피스의 야경을 놓치지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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